내가 최초로 볼빨간사춘기에 입덕하게 된 계기는 음악을 좋아해서였던 거 같다.
나는 그냥 음악 자체가 좋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항상 노래를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요, 트로트, 힙합, 클래식, 재즈, 팝 등 내 귀에 좋다고 생각하면 장르 안 가리고 전부 들었다.
그 덕인가 매번 듣던 노래만 듣는 게 아닌 새로운 노래를 항상 찾아다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최신 음악을 찾아서 들어봤고 기존에 알던 가수뿐만 아닌
생소하고 처음 보는 가수 음악들도 찾아서 들어봤다. 그러다가 알게 된 가수가 볼빨간사춘기였다.
노래도 노래지만 음색에 빠져들어 기존의 곡들과 이후 현재 까진 나온 모든 노래를 계속 듣게 되었다.
볼빨간사춘기는 지금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왔다. 그 과정을 나도 전부 봐왔다.
볼빨간사춘기는 그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오며 더 단단해지고 성장한 게 느껴진 콘서트였다.
볼빨간사춘기를 8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왜 이제서야 첫 콘서트를 가게 됐는가?
압축해서 말하자면 '현생이슈' 때문이다 나도 볼빨간사춘기 처럼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오다 보니
콘서트가 열리는 걸 알면서 못 간 게 아닌 그냥 콘서트 보러 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 노래 스트리밍 하거나 CD 사서 듣는 게 전부였다.
근데 갑자기 올해 문득 든 생각이 이렇게 일만 하면 무슨 재미인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살아생전에 한 번 정도는 봐야 그래도 꽤 괜찮게 산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울 한 번 가려면 편도 4~5시간 걸리는 지방러라 시간도 시간이지만 돈은 돈대로 나가는 터라
계획을 짜도 쉽사리 실천에 옮기기 힘들었지만 올해 처음 실천하게 되었다.
안지영 님에게 드릴 선물 준비했고 편지는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콘서트 당일 기상 6시간 전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를 다 쓰고 나니 기상 4시간 전이였고 나는 서둘러 서울 갈 채비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사실 기대감과 설렘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잤다. 서울 가는 버스 안에서 좀 잘 수 있겠지 생각했지만
잠이 안 오는 건 마찬가지 서울 도착 한 시간 전에 아주 조금 잠이 들었다.
콘서트 시작 3시간 전에 콘서트장에 도착했다. 3시간이나 일찍 온 이유는 콘서트장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어서였다.
콘서트장에 도착하니 콘서트장에 붙어있는 볼빨간사춘기의 콘서트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나를 반겨주었다.
콘서트 시작 전에 MD 구매와 티켓 교환, 러볼리존에서 굿즈 수령, 온라인에서 미리 구매한 MD를 수령하였다.
대기하면서 여러 러볼리들과의 만남,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눈 러볼리들과 콘서트를 찾은 수많은 관람객들
표정들이 하나같이 좋아 보였다. 나도 남들에게 저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콘서트 시작 시간이 다가오고 나도 서서히 입장을 시작했다.
티켓팅을 하면 이선좌로 인해 무대에서 점점 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운이 좋았던 걸까?
이번 티켓팅에서는 엄청나게 좋은 자리를 이선좌 한 번 없이 티켓팅을 성공했다.
그 결과 무대와 엄청나게 가까운 자리에서 콘서트를 보게 되었다. 콘서트 시작 시간이 되었고 암전 후 볼빨간사춘기가 등장하였다.
실제로는 처음 보게 된 볼빨간사춘기였다. 내가 매번 화면에서만 봐오던 볼빨간사춘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보고 있는데 집에서 보던 화면을 보는 거 같았다. 이게 현실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아서 였을까?
노래가 시작되었다. 매번 스피커, 헤드셋, 이어폰으로만 들어오던 노래, 실제로 들어 볼 수 있을 거라는 건 건 상상도 못했었는데
무대와 가깝다 보니 표정 하나하나가 다 잘 보였다. 밝은 곡을 부를 때는 밝은 미소로 진지한 노래를 부를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모든 노래가 직접 만든 곡이라니 볼빨간사춘기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가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의 토크들로 볼빨간사춘기의 안지영이라는 사람이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예전엔 겉은 밝지만 속은 슬픔이 있는 사람으로 느껴졌었는데 콘서트에서 보니 속까지 밝은 사람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곡 중간중간 러볼리들의 응원법과 곡 하나하나 끝날 때의 환호성들 볼빨간사춘기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었으리라.
앵콜 시작 전 슬로건, 플래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우주를 줄게 노래를 떼창하는 러볼리들
볼빨간사춘기가 나오고 그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사실 콘서트 중에는 정면인 무대만 볼 뿐 관객석을 보진 않는다.
하지만 돌출무대가 있었고 볼빨간사춘기가 돌출무대 끝으로 가면 나는 볼빨간사춘기를 보려면 뒤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는데
암전 된 관객석에서 보이는 형형색색의 플래시들 아름다웠다. 관객인 내가 봐도 아름다웠다 느껴졌는데
볼빨간사춘기 본인은 그 광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원래라면 볼빨간사춘기만 볼 수 있는 특권이었을 텐데
그 특권을 나도 같이 누린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수많은 앵콜이 끝나고 마지막 곡만 남았다.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을 부르고 볼빨간사춘기는 관람객들의 수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였다.
나를 포함한 모든 관람객들이 집에 가는 동안 콘서트가 끝나고 난 여운이 많이 느껴졌으리라.
퇴근길을 보려고 수많은 러볼리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주기 위해 나도 같이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안지영 님이 콘서트장에서 나왔고 수많은 러볼리들과의 대화를 하며 서서히 내가 있는 곳으로 오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점점 다가오며 내 앞으로 오기 바로 직전엔 심박수가 인생 역대 최고치를 찍었으리라.
나는 마주한 안지영 님에게 입덕은 8년 전에 했는데 콘서트는 오늘 처음 왔다고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말하면 길어질 거 같아 그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왔다고 말하며 편지를 줬다.
편지를 주며 같이 가져온 선물도 드렸다. 안지영 님은 환한 미소와 함께 고맙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실제론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
살아오면서 안지영 님을 그렇게 가깝게 보고 대화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전혀 못했었는데...
그렇게 수많은 러볼리들과의 대화를 마친 안지영 님은 차를 타고 콘서트장을 나가셨다.
이렇게 나의 볼빨간사춘기와의 첫 만남이 끝이 났다.
이 만남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두었는데 아직까지 못봤다.
부끄럼 때문인 걸까? 아니면 그때 느꼈던 설렘이 아직 남아 있어서 일까?
그때 느꼈던 설렘이 다 가시고 난 뒤 녹화해둔 영상을 보면 그때의 설렘이 그대로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피곤하지 않았다.
콘서트의 여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앞으로도 이런 콘서트를 볼 수 있다는 행복 때문이었을까?
아마 둘 다 때문이었으리라.
다음 만남을 기다리며 후기를 이만 마친다.
#피어나는지영_일요일